커가요

거짓말의 부끄러움

by 이강욱 posted Jan 0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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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는 9시 뉴스이다.
푸른초장에서 생기는 어떤 일이건 본인이 보고 아빠나 엄마에게 보고해야한다 싶으면 바로 와서 보고한다.
'아빠 있잖아요~~'가 윤서의 보고서 첫 줄이다.
그러다 보니 윤재의 미움을 많이 산다.
일탈이 잦은 이윤재는 윤서의 보고 때문에 한소리를 들을 때가 많다.
자연히 윤서의 그런 행동을 미워할 수 밖에...
한편 푸른초장에서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이윤서는 가끔 거짓말을 하거나 뻥을 친다.
주로 자신이 당한 피해에 대해 뻥을 쳐서 상대방(주로 이윤재)을 혼나게 하는데 가끔은 사실대로 말하지만 가끔은 뻥이 섞인다.

오늘도 2층 책상에 앉아 있는 나에게 이윤서가 1층에서 쪼로로 올라와 윤재오빠의 비행에 대해 보고한다.
그리고 오빠로 인해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런데 방금 그 상황을 1층에서 보고 따라 올라온 엄마가 '뻥이라고 너 왜 뻥치냐고' 말한다.
순간 이윤서 우리 얼굴을 안 보고 얼른 1층으로 도망가는데... 내가 불렀다. 이리 오라고...
고개를 숙이고 약간은 긴장된 표정으로 방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이윤서.
거짓말(뻥)이 탄로난 상황을 피하고자 했던 용의자가 잡혀온 것이다.
내 앞으로 오라했더니 얼굴을 못 든다.
안아주었더니 완전히 안겨서 자기 얼굴을 못 보게 한다.
순간... 어린아이지만 거짓말이 부끄러운 것인 것을 알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등을 쓰다듬어 주면서 거짓말이나 뻥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고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새끼손가락을 걸고 도장을 찍었다.
그러고나서야 가까스로 고개를 들더니 엄마에게로 가서도 약속을 하고 도장을 찍는다.
그런 후에야 내 얼굴을 본다. 여전히 부끄럽고 미안한 얼굴이다.
이제 6살 된 이윤서 거짓말이 부끄러운 것인줄 깨달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