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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2 20:51

도전하는 멋진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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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 유럽 최고의 클럽 축구 중 하나라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그 중에서도 나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클럽 아스톤 빌라. 1990년대 후반, 이 아스톤 빌라에서 '유망주'라 불리며 '프리미어리거'의 꿈을 키우던 한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그리 큰 키도 아니고 빠르지도 않았지만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과 그라운드를 뛰어다닐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 하고 만족하며 미래의 프리미어리거를 꿈꿨다. 그러나 숨겨진 재능을 감출 수는 없었다. 작지만 영리하고, 빠르진 않지만 감각적인 그 소년에 반한 아스톤 빌라는 장학금을 주면서까지 유스팀에 데리고 있었다.

소년의 꿈은 무럭무럭 자랐다. 곧 꿈꾸던 프리미어리거가 될 수 있다는 희망도 함께 자랐다. 그러나 소년은 프리미어리거가 될 수 없었다. 그는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 6부리그에서 생애 첫 프로 시즌을 보내야 하는 슬픈 운명을 맞이했다. 모든 스카우터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갖고 있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였지만 정작 핵심적인 문제는 소년에게 있지 않았다. 그가 프로에 도전하려는 무렵 프리미어리그는, 당장의 성과에 연연해 유스팀에서 유망주를 길러내는 대신 즉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성 선수들을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이제 소년이 아닌 한 가정의 가장이 된 그는 소년 시절부터 꾸어 온 꿈을 접어야 할지도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현실은 냉정했다. 처음 디뎌야 할 돌을 밟지 못하자 그 다음 디딤돌이 보이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는커녕 챔피언십도 요원한 목표였다. 5부 리그와 7부 리그를 오가며 최선을 다했지만 스카우터들의 눈은 여전히 해외로 나가 있었고, 엄청나게 많은 하부 리그 클럽들과 선수들 사이에서 프리미어리그 팀에게 인정받는 다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골도 많이 넣고 뛰어난 경기력도 보였지만 인정해 주는 이는 소속 팀의 동료들과 가족뿐이었다.

당연히 생활은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어느덧 결혼을 해 한 가정의 가장이 된 그는 더 이상 자신의 꿈에만 매달릴 수 없었다. 그러기엔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의 굶주림이 눈에 밟혔다. 5부 리그의 축구 선수로 살아가면서 1주일에 받는 50파운드(한화 약 9만원)란 돈은 훈련장과 경기장을 오가는 차비도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가 살고 있었던 곳은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곳 중 하나라는 런던,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그래서 많이 아팠지만 꿈을 도려냈다. 프리미어리거가 되겠다는 꿈 대신, 축구를 조금씩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그러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축구가 아닌 노동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은 그 때부터였다. 자신의 꿈을 위해 가족을 버릴 수 없었던 그는 몸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대형 슈퍼마켓에서 짐을 정리하기도 했고 택배 회사에서 운전을 하며 돈을 벌었다. 가정 형편은 조금 나아졌지만, 그렇게 몸을 써서 돈을 벌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축구를 좀 더 잘하기 위해 써야 할 시간은 줄어들었다. 2000년, 체스햄 유나이티드에서 시작한 가난한 프로 생활은 스티브니지 버러를 거쳐 예딩으로까지 이어졌다. 가정 형편은 좀 나아졌으나 축구 선수로서의 희망은 도통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화를 완전히 벗지는 않았다. 고단한 택배 배달원의 일을 하고 또 밤에는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도 틈틈이 축구장을 찾았다. 고작해야 일주일에 한두 번이었지만 그 기회를 소중히 여겼다. 비록 프리미어리거가 되고자 했던 꿈은 산산조각이 났지만, 그에게 있어 축구란 옆에 두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 외로운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축구 사랑에 하늘이 감복해서였을까. 도저히 오지 않을 것 같던 기회가 왔다. 2005년, 당시 3부 리그 소속의 브렌트포드가 그를 발견하고 5천 파운드란 결코 적지 않은 금액으로 그를 데려간 것이다.


지독한 가난과 그 가난이 주는 고통 그리고 그 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꿈을 부여잡고 살았던 그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예딩 시절 택배 배달 일을 하면서도 88경기에 출전해 65골이 넣는 등 여전히 기량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했던 그를 브렌트포드가 알아 본 것인데, 브렌트포드로 이적한 뒤 3부 리그에서도 23경기에 출전 9골 넣는 공격수로서의 기질을 발휘하며 가치를 알렸다. 3부 리그까지 올라오자 다음은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2006-07 시즌을 앞두고 그를 높게 평가한 프리미어리그의 버밍엄 시티가 그를 50만 파운드에 영입한 것이다. 드디어 꿈이 이뤄진 순간이다.

꼭 1년 만에 몸값이 100배나 뛰며 프리미어리거라는 꿈을 이뤘으나 막상 뛰어보니 프리미어리그는 역시 달랐다. 그 시즌 11경기나 뛸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단 1골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거품, 5부 리그용이란 비아냥도 그 때 함께 터져 나왔다. 이후 그는 소속 팀인 버밍엄 시티와 함께 챔피언십으로 강등됐고 임대를 떠나는 등 다시 꿈이 멀어지는 듯싶었다. 허나 불만은 조금도 없었다. 주급 50파운드로 생계에 위협을 느꼈던 축구 선수가 최소한 택배 배달일은 하지 않아도 됐으니 행복하고 만족스러웠다.

그런 그의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따뜻한 마음 무엇보다 축구를 사랑하는 그 진심은 다시 그를 프리미어리그로 인도했다. 버밍엄 시티 후 이적했던 레이스터 시티에서 임대를 떠나면서 인연을 맺게 된 블랙풀이 2010-11 시즌 프리미어리그 입성에 성공한 것이다. 블랙풀이 2009-10 챔피언십에 소속되어 있을 당시 그는 18경기에 출전해 11골이나 넣으며 팀이 프리미어리그로 승격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블랙풀은 그런 그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레이스터 시티에서 완전 이적시키며 다시 한 번 프리미어리거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두 번째 맞이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했다. 11년 전, 아스톤 빌라에서도 능력을 검증받았던 유망주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축구화 끈을 다시 묶었고, 그 긴 시간 묵묵하고 언제나 자신을 응원해준 가족들을 위해 한 발 더 뛰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0-11 시즌이 반환점을 돈 지금, 그는 소속 팀의 주전 공격수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것은 물론이고, 팀 내 가장 많은 8골을 기록하며 득점 랭킹 18위에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택배 배달원으로 살아야 할 만큼 힘들었으면서도 축구를 끝까지 축구를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이름, 올 시즌 승격팀 플랙풀을 가장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더들리 캠벨이다.

더들리 캠벨은 생계의 위협을 받았을 때가 가장 힘들었지만 한 번도 축구를 포기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단다. '꿈'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된 생활을 기쁘게 받아 들였다. 물론 그런 결과가 지금의 열매를 가져다 준 것이다. 힘들었던 과거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 더들리 캠벨, 오랜 시간 갖은 역경을 이겨내며 그토록 간절히 소망하던 프리미어리거가 된 30살 이 노장의 새로운 삶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
사진=PA(www.pressassocia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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